은퇴자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는 이유

 은퇴는 일을 그만두는 시기일까, 아니면 일하는 방식과 시간을 바꾸는 시기일까?

은퇴자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는 이유

안녕하세요, 하루에 하나씩 든든한 내일을 채워 가는 '하루에'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과 집안일, 가족을 위한 책임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삶. 

은퇴는 오랫동안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막상 은퇴한 뒤 다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아둔 돈이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기도 하고, 직장에 다닐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생활비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데도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져 다시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은퇴 후 다시 자리를 찾아서 돌아가는 현상을 영어로 Unretirement(언리타이어먼트)라고 부릅니다.

얼마 전  미국 AARP(미국 은퇴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의 6%가 최근 6개월 동안 은퇴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일하고 얻은 소중한 은퇴 생활을 뒤로하고, 왜 이들은 다시 일터로 발걸음을 돌리는 걸까요?


언리타이먼트로 돌아가는 사람들

한국에서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계속 일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장년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79세 인구의 69.2%가 장래에도 일하기를 희망했으며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였습니다. 또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였습니다.

이는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이 경제활동의 완전한 종료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통계는 은퇴 후 재취업률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계속 근로에 대한 희망과 실제 재취업은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퇴 후 재취업을 원하는 이유

첫째, 물가 상승과 예상보다 커진 생활비

은퇴 전 세운 재정 계획을 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입니다. 고정적인 연금이나 저축만으로 살아갈 때, 치솟는 생활비와 의료비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예상보다 긴 노후 기간 때문에 자산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재취업의 가장 큰 동기가 됩니다.


둘째,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은퇴자금의 한계

은퇴 준비를 할 때는 모아둔 자산의 규모에 집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총자산만이 아닙니다. 매달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그 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투자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예상했던 수익이 나오지 않을 때는 계획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연금 수령 시기와 주거비, 의료비, 세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은퇴자금은 단순히 얼마를 모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를 쓰면서 얼마나 오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자녀와 가족을 위한 예상 밖의 지출

4050 세대에게 자녀 교육비와 독립 지원은 중요한 재정 문제입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의 경제적 책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가 있는 응답자 중 30%가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으며, 지원액은 월평균 67만 원이었습니다. 특히 50~59세 응답자에서는 정기 지원 비율이 45%, 월평균 지원액이 68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한국리서치, 「성인 자녀의 독립 및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

이 조사 결과는 모든 부모가 자녀를 지원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4050 세대에게 성인 자녀 지원이 노후 준비와 함께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지출임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취업 준비나 주거 마련을 지원하거나, 가족의 건강 문제로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금은 원래 부부의 생활을 위해 마련했더라도 가족을 돕는 과정에서 계획보다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넷째, 퇴근 후 사라진 일상의 리듬과 소속감

은퇴는 소득만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반복하던 일과, 동료와의 대화, 업무를 마쳤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었던 사람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이 반갑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시 일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일을 배우며,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외로움이나 목적의식의 상실을 해결하는 방법이 반드시 재취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봉사활동, 취미 모임, 배움과 같은 활동도 은퇴 후 삶에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다섯째, 경험을 살리고 새로운 커리어를 이어가려는 선택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하고 싶거나, 자신이 잘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다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전과 똑같은 정규직으로 돌아가기보다 시간제 근무, 프로젝트 업무, 자문, 교육, 소규모 사업처럼 자신의 생활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은퇴 후의 일은 생계를 위한 의무가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일하는 것은 실패가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유연한 선택'

경제적 필요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자아실현을 위해 스스로 일의 형태와 시간을 선택하는 주도권을 갖는 것입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은퇴 후 예상 생활비로 실제 생활을 미리 해보는 것입니다.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6가지 확인 사항
점검 항목 은퇴 전 확인할 내용
월 생활비 실제 지출 내역을 바탕으로 필수 생활비와 선택 지출 구분하기
연금 수입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예상 수령액과 시기 확인하기
비상자금 의료비·주택 수리비·가족 지원 등 비정기 지출 대비하기
금융자산 시장 하락이나 수익률 변동에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가족 지원 자녀와 가족에게 지원할 수 있는 금액과 자신의 노후자금 구분하기
은퇴 후 활동 시간제 근무·재취업·취미·봉사활동 등 원하는 일상 구상하기
하루에 Tip. 은퇴자금의 총액뿐 아니라 매달 사용할 수 있는 금액과 예상하지 못한 지출까지 함께 점검해 보세요.

아직 급여를 받고 있다면 일정 기간 은퇴 후 예상 지출만으로 생활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든다면 은퇴 전에 지출을 조정하거나 저축 계획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료와 세금, 주거비, 가족 지원까지 함께 고려해야 실제 은퇴 생활에 가까운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은퇴의 성공은 일을 그만두는 순간에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은퇴를 오랫동안 준비해 온 목표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는 날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생각보다 길고, 그동안 생활비와 건강, 가족 상황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충분한 자산을 바탕으로 일찍 은퇴해 자유로운 시간을 즐깁니다.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습니다.

어떤 선택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은퇴 후 다시 일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은퇴자금의 총액만 계산하기보다 실제 생활비와 비정기 지출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반대로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건강과 시간을 지키면서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4050 세대라면 지금부터 은퇴 후의 수입과 지출을 점검하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나 활동을 천천히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에' 하나

은퇴 준비의 목표는 무조건 빨리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할지 쉴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생활비를 점검하고, 연금 수령 계획을 확인하며,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제2의 커리어를 천천히 준비해 보세요.

은퇴 계획은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생활에 맞춰 점검하고 조정할수록, 우리의 선택지는 넓어집니다.